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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분 나오는 NPC에 꽂혀 약 7개월의 앓이 끝에 성사 된 이야기 (4)

* 주의문 상동



이게 도대체 어쩌다 4편까지 나온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조금만 참아달라. 이 이야기는 5편으로 끝난다.



지난 이야기......


오 천 만 대한민국 인구 중 천 만 명 까지는 아니어도 대충 백 명 정도는 세이메이를 알 정도로 탐라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봄스를 보다 못한 마스터는 카미가카리 추가룰을 먹어보지 않겠냐는 것을 빌미로 봄스를 불러왔는데...






제목부터 봄스를 죽이겠다는 냄새가 풀풀 나는 것이었다................


 
심지어 시나리오 시놉시스에는 아주 유명한 문구인 '여기에 들어오는 그대, 모든 소망을 버려라.' 가 적혀 있었다.


나의 티알피저 짬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저승에 가서 안녕, 탐사자 (CV 이시다 아키라) 라고 말하는 세이메이를 만나게 되겠군..........그리고 못 구하겠지....알아....




근데 사실 플레이어가 이 정도까지 눈치를 채면, 사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마스터가 그리 칼을 갈고 오셨다? 아주 봄스가 우는 걸 보려고 작정을 하고 오셨다?


그러면 되려 준비를 하면서 더욱 차분해지는 법이다...그래...나는 능히 할 수 있다...나는 울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이게 플레이어가 나 혼자면 몰라, 여기에는 플레이어가 더 있었다. 멤버 엔트리는 지난 화 후반부를 참고하자.


아무튼 세 명이 더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 완전히 무라사키와 세이메이의 이야기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는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 혼자 울고불고 하면서 드러누워봐야 민폐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플레이를 시작하였다.




아, 시작 전...이 때쯤에는 이제 나도 카미가카리에 제법 익숙해져서 캐릭터 시트를 스스로 만들었다.


해서 마스터가 짜주었을 때까지는 무라사키의 칭호 (대충 클래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가 드래곤 캐리어+엘리멘탈 어댑트였다. 대충 변신 히어로+원소 속성 부여로 생각하면 된다. 탱도 딜도 되게 만든 빌드였다.


이후 내가 짜면서 마스터와의 협의 하에 칭호를 바꿨다. 드래곤 캐리어+디바인 토커로. 


디바인 토커는 내 최애 칭호로, 특정한 말이나 소리, 언어, 노래로 힘을 부여하는 클래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노래로 적을 공격한다든지...기합을 외쳐서 파워업 한다든지...


얼마나 좋아했으면, 코기님베릴님은 카미가카리가 익숙하지 않으셔서 내가 시트를 짜드렸는데 둘 다 디바인 토커를 넣을 정도였다. 즉 이 파티에는 무라사키를 포함해서 디바인 토커가 셋이나 있었다. 시트를 이렇게 짜지 말자......


아무튼.



이게 중요한 정보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정말...나도......이게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나중에 중요해졌다....기억해두자....






시작부터 너무한 인트로와 함께, 보라 벚꽃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PC는 총 네 명.


일단 니르바나 이후의 무레기....무라사키.


그리고 헤이안 시대 때부터 무라사키와 알고 지낸 두 친구, 용왕 와 야마 무무묘샤쿠 무무묘진.


그리고 어떤 교단에서 거의 갇혀살다시피 해서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소녀 나나사





* 참고로 야마는 夜魔 라고 쓰는 뱀파이어 같은 종족이다. 야마가 돈다의 그 야마 아니다.

물론 중간에 돌긴 했다.




PC들은 피안화가 흐드러지게 핀 어느 들판에서 눈을 떴다. 영문을 모르고 두리번거리는 PC들 앞에 어떤 소년이 나타나서 나나사를 어디까지 호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정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상황이지만 아무튼 PC들은 그럽시다 하고 나아가기로 하는데...


그 때 툭 하고 [무라사키만 알고 있는 진실] 이라는 이름의 핸드아웃이 봄스에게 주어졌다......





파하하


무레기 너는..............제자도 죽고 친구들도 죽었구나...............

근데 왜 너는 살아있지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괴로운 비밀을 쥔 채 친구들과 열심히 나아가며 본 풍경은.........


어딜봐도 저승이었다. 100 km 밖에서 ktx를 타고 가면서 봐도 저승이었다. 해골 뱃사공이 모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유령들이 득시글대는 마을을 지나...아귀처럼 절벽 밑에서 망자들이 허우적거리는 다리를 건너...


아니 이거 제가 말을 안해도 죽은 거 뻔히 알겠는뎁쇼 마스터.


아무튼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저승 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마스터의 묘사가...느낌이 이상했다. (플레이어의 촉이란 그런거다.)


밤하늘에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하늘을 덮을듯 아름답게 쏟아지는 벚꽃은 마치 감옥의 창살처럼 묘사를 하더니...


이윽고 그 벚꽃 사이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을 하며...




마스터 "눈가에 흘러내리는 붉은 피와 꺼져버린 눈동자…그 길고 가는 손가락 사이에 들려있는 거무죽죽한 붉은 무언가…"






* 내가 이번 화에도 멘상 그림 나온다고 그랬지.



.......


....................................


.........




내가 뭐 어쩌겠어............


한 1분동안 그대로 정지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진짜.


아니 진짜.....................


아 진짜!!!!!!!!!!!!!!!!!!!!!!!!!!!!!!!!!!!!!!




괴로워서 물 한 잔 마시고 왔다.


아니 그래...........사실 나는 예상은 했었다.......


왜냐하면 대충 3편 때쯤에 있었던 일인데 마스터랑 무라사키랑 세이메이 성격 반전 뭐 그런 썰을 풀었었거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 멘탈이 멀쩡하다고 무라사키 멘탈까지 멀쩡한 건 아니었다.


완전히 멘탈이 와장창한 무라사키한테, 세이메이는...





이런 말로....그나마 겨우 붙어있던 멘탈도 완전히 박살냈다.......



하여 스토리가 진행되기를...


여기는 저승이 맞으며, 이 세계는 원래 무라사키가 있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라고 했다.


이 세계에서는.....무라사키가 죽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본 세이메이가 절망에 빠져 '스승님이 없는 세상 같은 건 그냥 망해버리라지' 하고 악신을 소환해서 진짜로 멸망시켜버린 세계였다.


두 친구들은 그 세계에서 악신을 막기 위해 싸우다 죽은 것이고, 나나사는 세이메이가 악신을 소환할 제물로 쓰기 위해 기른 것이었다고....



하.......



핳.......ㅋ.....ㅋㅋ...........





우리 애가........


우리 애가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요...........우리 애가.........


무라사키가 죽었다는 이유로...........


아니....


아.......


진짜...오리지널 세계선에서는 무라사키의 가르침을 따라 그런 일들을 하고....이 세계선에서는 무라사키가 죽었다고 세계를 멸망시키고.......


이....이.....수염 난 일남놈이 뭐라고..............그렇게까지.......





그러나 멘탈을 수습할 여유도 없이 아니 저 상황에 수습이 되겠냐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고....세이메이는 그런 연유로 지옥에 수감 중인 죄수라며 보스가 데려갔고...세이메이와의 몇 달만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 그 와중에 멘탈 나가서 주접 떨기



멘탈과 함께 조각난 머리를 어떻게든 수습하고 나아가 알게 된 진상은...


여기는 찐으로 저승이며, 나나사를 호위해서 데려오라고 한 것은 세계를 멸망시킨 근원이기 때문에 염라대왕이 유죄를 선고하기 위함이었다.


그걸 본 무라사키는 제자의 죄는 스승의 죄라며 그 판결을 막아서고 친구들과 함께 항소심(물리) 을 선언하며 마침내 염라대왕과 최종 전투를 치른다......



그래도...아무리 멘탈이 나갔어도 전투는 해야한다.


아무리 내가....어...그런 세이메이를 봤어도...우리 세이메이가...세계를 멸망시켜도....


게임에는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하지 않겠는가...그리고 나는 탱커다...내가 못하면 난리가 난다....


그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최종전투를 진행하고


있던...


때였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무라사키는 디바인 토커다.


나나사도 디바인 토커다.



전투 중, 나나사가 파티원들을 지키기 위해 스킬을 썼다.


그리고...베릴님이 그 스킬의 묘사를....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했는데.....


그 곡조가, 무척이나.......무척이나..........무라사키에게 익숙한 것이라고........묘사를 했다.............



그 곡조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과거 무라사키가 세이메이에게 가르쳐 준 노래.


그리고 세이메이가 나나사를, 제물로 기르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해 가르쳐 준 노래.............





그 노래는 스승에서 제자로, 제자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신령의 마음을 담은 노래가, 마찬가지로 인간을 사랑했던 요괴를 거쳐, 마침내 인간에게로....


그러니까 세이메이는 그 절망과 분노 속에서도....사람을 향한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는 그 증거를.................


이렇게....알게 되어서.........




솔직히 세이메이 등장 때는 안 울었는데 이 때 오열했다.


둘 다 디바인 토커인게....이렇게 돌아올 줄은...........................


진짜.........


으악...................


으악........



결국 염라를 쓰러뜨리고, 염라는 항소심을 인정해 나나사의 죄를 묻는 대신 다시 환생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무무와 시 또한 피안의 저 너머로 넘어가는 것으로...이야기는 끝이 났다...무라사키는 안 죽었다 진짜 용서 못해





* 알고보니까 보라 벚꽃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더라....

그리고...이게 그 가사였다..................





아무튼 마스터의 계략대로...


정말 활활 타고 재가 되어서 사라진 봄스였는데.........




이 플레이 이후 어딘가...생각이 조금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니르바나의 플레이 이후 정말로 세이메이에게 있어서 그게 최선이었나...세이메이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나...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너무너무 괴로워 했는데,


무라사키가 없는 세계라면 세이메이는 (여전히 세계와 인간을 사랑하지만)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니르바나의 결말이 정말 세이메이에게 있어서 최선이었구나 하는 기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백면금모구미호와 함께 세이메이도 소멸했겠지만, 그래도 소멸하면서도 세이메이는 그걸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말에 만족했겠구나......



이걸 알려주기 위해서 마스터는 보라벚꽃의 이야기를 준비 는 웃기지 마 그냥 봄스를 활활 태우고 싶었던거지 내가 울부짖으면서 타는걸 보고싶었던거지




아무튼 그렇게 생각이 바뀌면서 마음의 괴로움은 조금 줄어들고...


세이메이를 부르는 일이 괴로움 100 % 에서 한 80 % 쯤으로 줄어들자...


이상한 감정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감정은.....?


설마....


 *:* ~❀~사랑....?~❀~ *:*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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