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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분 나오는 NPC에 꽂혀 약 7개월의 앓이 끝에 성사 된 이야기 (2)

* 비속어 비문 오타 기타 등등 주의




* 후훗...싫진 않은데 눈물이 나....


이 하찮은 이야기에 대한 관심........감사합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제가 이걸 쓰는걸 기다리신건가요 팝콘은 맛있더냐





1화에서 이건 그냥 세션 후기가 아니냐는 항의가 있어 변명을 하자면 아니 그래도 자세히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내가 그 때는 세이메이에게 치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무리 나라도 1분 4초 대사 한 줄 NPC를 갑자기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 이후로 지난 세션을 착즙하는 게 즐거워서 많이 재밌게 놀았다. 주로 썰 푸는 내용은 '무라사키는 헤이안 시절에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서. (사람 아니지만)


아무도 안 놀아줘도 원래 혼자 잘 논다.


그 혼놀의 결과 정리 된 무라사키의 설정은 다음과 같았다.




* 멘미션은 좋으니까 또 보자 멘던님은 커미션의 신이다




- 대충 헤이안 시대 이전부터 산 나이 많은 신령. (이때쯤 종족을 용왕에서 신령으로 픽스함)


- 세이메이의 스승 (이기는 한데 대충 언제부터 만났고 뭘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음)


- 인간 사랑하고 인간 외의 다른 종족들도 두루두루 다 사랑함. 근데 별로 대책은 없다 무대책 평화주의자 개노답맨 < 포인트



저 개노답맨에 대해서 부가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뇌신초래 플레이 당시 나는 어쨌든 다메저씨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협의 하에 어깃장을 놓는 전개를 택했다. 


그것이 무레기를 두고두고 무레기라고 불리게 만든 대사 중 하나인,




이것이다. (이후 거의 캠페인 밈 수준의 대사가 됨)


무슨 어깃장을 놓았느냐....플레이 중 뇌수의 정체가 사실 괴물화 한 인간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무라사키는 저렇게 말하면서 드러누웠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어쨌든 인간이니까 못 죽이겠단다. 아니 ㅅㅂ 사실 무레기가 메인 빌런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이후에 세이메이와의 관계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요괴든 무자비하게 쓰러뜨리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그런 세이메이에게 늘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기는 했는데 그 방법은 제대로 안 가르쳐준 무능한 스승.


이런 구도가 되었다.


무라사키...너는...무능해...그리고 개노답맨이지...




아무튼 그렇게 약속한 약 한 달이 지나 진짜로 후속 시나리오인 '니르바나'의 플레이가 잡혔다.


또 플레이 후기냐고 그러지 말자...세이메이는 어차피 플레이 외에는 만날 방법이 없으니까...






이 때쯤에는 같이 플레이했던 멘던님이 캐나다에 있었기 때문에 세인님이 지인찬스로 누누님을 호출하여서 세이즈님, 세인님, 누누님, 봄스의 4인 팟이 다시 만들어졌다.


와 시놉시스 봐...마스터 진짜 찐 오타쿠네요....그런 감탄과 함께 시작 된 PC픽.


그렇지만 이번에는 후속 시나리오였고 PC들도 그대로였기 때문에 특별히 고를 건 없었다. 





봄스가 받은 핸드아웃은 이것.


여우 귀를 가졌던 소년 <<<<< 이라고 만 쓰여있었기 때문에 일알못 봄스는 흠 그냥 새 NPC가 나오나보다 하고 있었다.


진짜로.

플레이 당일까지도 그랬다.


멍청한 놈....................





잠깐 여기서 봄스처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 찐 아베노 세이메이



아베노 세이메이 (원본) 는 헤이안 시대의 음양사인데 창작물에 등장할 때는 여우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으로 묘사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시야 도만 오오우치카가미(蘆屋道満大内鑑)』에서 세이메이는 아버지 아베노 야스나(安倍保名)와 어머니 쿠즈하명신(葛葉明神)의 화신인 흰 여우 사이에 태어난 아이로 나온다. 출처 위키백과.


그래서 마스터도 그 설정을 차용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건 플레이 당일에 테이블에서 들은 이야기이고 그 전에 나는 특별히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 소년이 아베노 세이메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랬으니 문제의 플레이 당일에 도입 씬에서 세이메이를 만나고 ㄴㅇㄱ 상상도 못한 정체 하고 놀랐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진짜 멍청이인가 한 번만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걸)


그 도입은 이랬다.




뇌신초래 사건 이후 인간들이 다시 재건을 하고 있는 네오 사이타마 시.


홀로 산 속에서 누에의 죽음을 곱씹으며 명상을 하고 있는 무라사키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돌아보면 거기에 있는 것은 머리 위에 한 쌍의 여우 귀가 달려 있는 청년.




아베노 세이메이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현실 시간으로 거의 두 달, 스토리적으로는 약 천 년만의 재회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난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제약이 있었으니...기억하는가...지난 시간 아베노 세이메이는 무라사키에게 기억의 금제를 걸었고....누에를 쓰러뜨리기 위해 일부 기억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무라사키는 대부분의 기억이 없는 상태였다...


나?

나는 당연히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여기서 아베노 세이메이가 진짜 등장할 거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마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무라사키는 아베노 세이메이를 흑발의 평범한 인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아베노 세이메이를 자처하는 금발의 여우귀 청년.........


그래서 나는 말했던 것이다......


"지난 번 뇌신초래 사건 때문에 여전히 세이메이에 대한 의심이 좀 남아있을 것 같은데요...어떡하지....공격을 할까....."


진짜 빡추인가....진짜 공격을 했다...찐으로 위협적인 공격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세이메이는...공격을 피하지도 않았다...



무라사키 "너는 누구기에 아베노 세이메이의 탈을 쓰고 그를 자칭하느냐?"


아베노 세이메이 "너무하십니다. 오랜 기간동안 당신의 말을 따라 인간을 지키고자 싸워왔는데. 그런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괜찮습니다. 스승님께서 저를 기억하지 못하셔도 저는 스승님을 기억하고 있고, 제가 기억하는 스승님은 인간을 위해서 싸우시던 분이었으니까요."  



뉘앙스가 딱봐도 엄청 이상하지 않은가?


앞에서 말했지만 무레기가 무레기인 이유는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위해 싸운다고 허버허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저렇게 딱 집어서 말한다?


내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새끼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진짜로 찐흑막이구나

내가 지난 시나리오부터 흑막일 줄 알았지 사실 뇌신초래 사건도 니가 일으킨거지?

딱걸렸어 이래놓고 어 다른 괴물이나 이런거 막 불러올 속셈인거지






* 과거를 돌아보다가 너무 괴로워서 잠시 과거를 물에 처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과연 누가 흑막 아니랄까봐 저 이후에 세이메이는 '세계를 구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그렇게 씬이 닫혔다.


이 때의 내 안에는 두 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 흑막 자식아 (^0^)9m 


"왜 제 제자가 여우귀 금발 모에 캐릭터가 되어있는거죠???????????" (실제로 한 말)



그렇게 대혼란의 장면을 첫 장면으로 니르바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니르바나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잠깐. 또 관통후기인 척 하는 세션후기 같아서 그냥 내리려고 했는가? 조금만 더 참아라 스토리를 모르면 설명이 안 된다.




뇌신초래 사건 이후, 누에가 남긴 기묘하고 불길한 힘이 세계를 위협한다.


그것은 과거 헤이안 시대부터 있었던 거대한 악신 '백면금모구미호'의 부활의 징조.


그 악신은 너무나 강대한 존재였기 때문에 여기 존재하는 카미가카리들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일행은 과거 백면금모구미호를 베었던 전설을 가진 어느 이름 없는 무사를 현대로 데려오기로 하고 헤이안 시대로 직접 넘어가는데..!



"이거 한 달 뒤까지 기억하고 계시면 헤이안 편 한 번 갑시다."



라고 마스터가 말했던 그 헤이안 편이 바로 이 시나리오였다.


아니 근데 진짜 대놓고 수상하지 않은가?? 악당은 백면금모구미호고? 나타난 세이메이는 갑자기 금발의 여우귀고???? 이게 사람이 머리가 있으면 백이면 백 당연히 흑막으로 의심하지 않겠는가??? 나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아무튼 난데없는 시간 이동물이 되는 바람에 이런저런 헤프닝을 겪으며 백면금모구미호에 대해 조사하던 일행은 이윽고 백면금모구미호의 꼬리 라고 불리는 존재들에 대한 것을 알게 된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설명에 따르면...백면금모구미호는 아홉 개의 꼬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꼬리는 각각의 자의식을 가진 요괴이며,


꼬리가 백면금모구미호에게 흡수되기 전에 죽이면 구미호의 힘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일행이 발견한 꼬리 둘은......열 살 남짓한 어린애 두 명이었다.



당연히 PC적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플레이어적으로도 논의가 이어졌다.

"아니 근데 이거 안 잡으면 보스 개짱쎄게 나올 것 같은데요."

"아니 그래도 우리가 가오가 있죠"

"습 저 지금 벌써 영문 한자리 숫자라서 죽을 것 같은데 그냥 킬하죠"

"아 그래도 애들이라 죽이기 가오가 좀 안 사는데요"



그리고 일단의 합의로, 그 꼬리 아이들을 못 본 척 하고 돌아와....우리는 세이메이의 멱살을 잡으러 갔다. 이 모든 게 너무도 수상하고! 갑자기 데려다가 애를 죽이라고 그러고!! 그걸 세이메이는 다 알고 있고!! 


너 이 새끼 네가 흑막임을 당장 네 입으로 실토하렷다 하고 PC 들이 추궁하러 갔다.


세이메이는 흑막답게 웃었고........마스터는 세이메이의 정체와 관련 된 핸드아웃을 조사 판정을 한 세이즈님한테 밀어줬다.





핸드아웃 받은 직후의 세이즈님.


"왜요 뭔데요?"

"아니 그게..........??????? 아니???"

"읽어주세요!"


.

.

.


"아베노 세이메이는 백면금모구미호의 꼬리 중 하나다."





이야기인 즉슨 그런 것이었다.


악신 백면금모구미호의 부활, 그리고 그로 인한 세계의 파멸은 이미 한 번 일어났던 일이었다. 아무리 카미가카리들이 맞서 싸워도 멸망은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을 본 그 악신의 파편 세이메이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렸다.


그리고 구미호가 깨어나기 전, 꼬리들을 죽여서 구미호를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그를 저지하고자 했지만 몇 번이고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PC들의 손까지 빌어 남은 다른 꼬리들까지 모두 죽일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즉, 아베노 세이메이는 그 스스로가 악신의 파편이면서도,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수없이 시간을 되돌리며 자기 손으로 동족들을 죽여왔다는 이야기였다.




진짜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에 누군가 세이메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고 세이메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베노 세이메이 "저는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베노 세이메이 "스승님이 저에게 인간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으니까요."












.....................................................


진짜 한동안 이 상태로 있었다.



아...........................................


하아....................................................................


아..........................



이후 이 말을 들은 무라사키와 나의 멘탈은 같이 나갔다.



원래 악신인 자기 제자가 (환장1) 사람을 사랑하라는 가르침(환장2)을 지키기 위해서,


정작 스승인 자기는 기억도 하지 못하는(환장3) 가르침이었는데,


몇 번이고 시간을 돌려서 자기 손으로 동족인 요괴들을 죽이고 있었고(환장4),


스승님이 그걸 보면 싫어할까봐 기억을 봉인해놓고(환장5),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스승님은 이런 더러운 것을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였다고......(환장6)



멘탈이 남아있으면 이상한 일이었다..................가뜩이나 유리멘탈인 무레기였는데......그래서 이후 무레기는 뭘 했냐면....


아까 죽이지 않았던 꼬리 둘을 찾아가서 자기 손으로 죽였다.........


그리고 인간만의 수호자 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정말 도입에서 세이메이가 말한대로.......




그리고? 전투를? 했다? 사실?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이미? 멘탈이? 바닥이고? 아무튼? 별로? 살아돌아올? 생각없이? 싸웠던? 것? 같다?



카미가카리에는 '영문'이라고 하는 코스트가 있는데, 시나리오 종료 시점에서 이 영문이 마이너스가 되면 배드엔딩 표를 굴린다. 배드엔딩표를 굴리면 캐릭터는 5/6 확률로 죽는다. 육면체 주사위 하나를 던져서 6이 나와야만 산다.


난.......도저히....이 상황을......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그건...아마 무라사키도 같은 생각이었을거라서.......열심히...영문을 태우고 싸웠다...안 돌아 올 생각으로...


나는 기억도 못하고 편하게 지내는 동안 내 제자는 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기 가르침을 지키겠다고 그런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내 캐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무라사키 헤이스케......이............쓰레기야...............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그냥 죽여달라고 시트 위에 엎어진 나를 보며 마스터가 배드엔딩 주사위를 굴렸다....


6...


이..

나왔다...


무라사키는......................살아남았다.........................세이메이는? 세이메이는...구미호의 파편이었다...당연히....구미호를 쓰러트림과 함께...소멸했다...


진짜........


용서못해....................




* 차라리.......죽여줘........




그리고 플레이가 끝나자마자,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여느 때와 같은 인사와 함께





신나게 밥을 먹으러 갔다.


신이 났다. 완전 갓세션 아닌가?? 스토리도 끝내주고 전투도 모든걸 활활 태워서 싸울 정도로 오지지 않았는가???? 진짜 갓세션 아닌가?? 카미가카리 너무너무 재밌다!!!


그렇게 신나게 밥을 먹으러 가서, 밥 먹으면서 후담을 하면서,



갑자기 울었다.



ㅅㅂ....................


너무 어이 없는 기억이라서 생생하게 기억난다 홍샤O 홀 중앙에 있는 6인 테이블 제일 왼쪽 끝에 앉아서 울었다.


울만한 얘기가 나온 건 아니었는데, 그냥 세이메이를 생각하니까 눈물이 쏟아졌다.


태생부터가 악신의 파편인데, 날 때부터 악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는데 그런 존재가 스승님의 가르침 하나를 지키겠다고 자기 본성을 벗어나서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을 혼자서 싸워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까 진짜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작 스승은 그런 가르침을 줬었다는 기억조차 없었는데.


그런데 그 스승이 나야.


ㅅㅂ


무라사키 헤이스케 머리 딱 대라




아무튼 그렇게 괴로움 속에서 그 날의 이야기는 끝이났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하루에 60 트윗 씩 세이메이를 부르짖으며 우는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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