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 말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
여기 또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와, 카미가카리 갓핸드A-디바인토커A라니 그거 완전 판소리복서 아니냐?"
이 이야기는 그런 소리를 했다가 진짜로 판소리복서 RP를 하게 된 어느 플레이어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귀여운 세이메이를 드리겠습니다>
카미가카리 뇌신초래 플레이, 그러니까 저의 카미가카리 입문도 어언 6개월 전의 일이 되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하하 데이터룰 까짓거 서플 없어도 본책만 가지고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예요?' 라고 말하던 과거의 저는 간 곳 없이 카미가카리 서플을 하나하나 사모으던 지갑 저당잡힘의 삶이 이어지던 가운데.
서플에 있는 추가 칭호를 보다가 '우와 갓핸드(격투가)-디바인토커(언어를 이용해서 자기 강화)면 완전 판소리복서네요' 같은 헛소리를 한 것이 진짜 시나리오로 이어질 줄 저도 몰랐습니다.
타임라인에 마스터를 둔다는 것은 그런거지요.
입문 이후 훌륭한 악연(아마도)이 된 뇌신초래의 마스터 이코이코님과 이렇게 또 한 번의 플레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저, 뇌신초래 이후 뇌신프렌차이즈를 함께 해오고 계신 세이즈님, 그리고 이번이 카미가카리 입문인 할매님과 리틀언데드님!
이름하야 '카미가카리 조선기이야담 경성편', 약칭 조선카미가카리입니다.
<플레이 시간 오후 12시 30분 - 오후 8시. 금지어는 신경쓰지 맙시다.>
드라마 <킹덤>을 모티브로 해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기이담을 잘 녹여낸 이야기였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하게 멋진 이야기였기 때문에! 두말해서 뭘 하지요. 공개 된 시나리오이니 이쪽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코이코님의 '카미가카리 조선기이야담 - 경상편' : 링크)
사자와 생자의 경계가 사라진 혼란 속 조선, 갑자기 무덤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망자들. 경상편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한 군상극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사람을 지키려고 하는 도사, 저승의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차사, 그리고 망자들의 힘을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사건의 흑막과 그 혼란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제3세력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마스터는 NPC가 너무 많다고 힘들어했지만 원래 군상극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한 상황에 각자의 목적을 가진 PC들도 합류하며 혼란 뿐인 이야기는 차차 진실을 드러내갑니다.
커다란 스케일의 이야기에 이코님 마스터링 특유의 PC들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두는 마스터링 기법까지 곁들여져 정말 PC와 혼연일체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움직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 보스 전투를 마치지 못하고 투 비 컨티뉴가 되었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멋진 이야기였어요! 이코님의 (본인 지칭) 동인파락호질로 인하여 뇌신 프렌차이즈 멤버들이라면 익숙할 얼굴들도 NPC로 나오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경상편만 해도 충분히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는데 여기에 한양편, 장백편도 추가로 있다고 하니 즐겁게 뒷 이야기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마스터의 바람대로 (ㅋㅋ) (아닙니다 사실 제가 하고싶었습니다 제가 하고싶지 않았으면 그 정도로 진심으로 RP를 했을 리 없죠...) 사당패의 광대이자 >판소리복서<인 삼굉을 플레이했습니다. 이 몸이 세 가지가 커서 클 굉 자를 써서 삼굉이라고 하는데 첫 번째는 목소리요, 두 번째는 포부요, 세 번째는~? 하는 혓바닥 긴 광대였습니다.
개그 캐릭터, 특히 광대라는 속성의 PC는 언제나 RPG를 함에 있어서 플레이어들의 로망인 것 같아요. 사람들을 웃기고, 경직 된 분위기를 풀어주고, 그러면서도 광대다운 적절한 해학과 감동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플레이어로서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NPC 호리에게 열심히 씨알도 안 먹힐 플러팅도 해 가면서 신나게 잘 놀았고 막판에 영문 묘사를 다들 좋아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정말정말 만족도가 높았던 세션이었고 앞으로도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C1 벽마사 해태로 참가해주신 할매님! 할매님은 매번 플레이 때마다 굉장히 넓은 폭의 캐릭터를 선보여주셨는데 이번에도 씨름 선수와 같은 거대한 풍채를 지닌 여성 해태라는 컨셉으로 멋진 탱커를 맡아주셨습니다. 조정의 명과 사람의 명 모두를 중시 여기는 질서 성향 캐릭터여서 눈 앞의 상황과 밀어닥친 일에 고뇌도 하고 그러면서도 벽마사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로 멀리까지 땅을 접어 달려가는 모습에 질서캐릭터 러버인 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며...개인적으로 성 안에 백성들을 들여야하는 상황에서 해태가 삼굉의 어깨를 쾅 밀어붙이고 저 안에도 백성들이 있단 말이다!! 하고 소리지르던 모습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좀 더 대립하면서 할매님을 괴롭히 아차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다음에는 꼭 컨디션 백 퍼센트의 할매님으로 다시 만나요!
PC3의 기태와 세이즈님! PC 이름이 제게 너무나 낯익어서 내적으로 괴로웠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저는 통제가 되지 않는 캐릭터 ("캐릭터가 막 제 뜻대로 안 움직이고 마음대로 하잖아요") 타입을 마스터로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진행 괜찮은가? 지금쯤 내가 X카드를 던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건 마스터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보았고...그래서 (+세이즈님의 고뇌와 머리깸까지 동반하여) 인간 기태에 대한 멋진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하고 실수도 하고, 불확실하게 흔들리면서도 나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인간찬가적 주제에 정말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후반부 홍문과의 대화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이야기를 움직이고 이끌어 나간 가장 핵심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과연 다음에 세이즈님은 이기태를 용서할 수 있는가...파이팅입니다...
PC4로 창영을 플레이하신 덷님! 지인분들과 같이 한 것 외에는 오프라인 플레이가 처음이라고 하셔서 과연 괜찮으실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더블크로스 플레이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은 걱정을 내려놓았으며 (^^) 역시 멋진 모습 보여주셔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우리 창영시...정말 그는 성실한 공무원이었을 뿐인데...언제나 덷님의 질서 성향 캐릭터는 보고 있으면 그 고지식하면서도 다정한 마음씨에 즐거워집니다. 이번에도 열심히 허튼 소리 하는 삼굉을 체력 1로 열심히 때려가며 직무를 수행하시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네요. 과연 창영이의 현 유일한 약점(?)인 강림도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창영이의 차사 삶에는 과연 언제쯤 평안이 찾아올런지...ㅠ
마스터 이코이코님에 대한 감상이야 이제 뭐 슬슬 안 적어도 되지 않을까요? 진짜 생략하면 안 될까요? 항상 그냥 뭐 특별한 거 없이 대충 비워놓고 썼다 라고 하시지만 매번 스케일 크고 굵직한 이야기를 뽑아내시는 점이 정말 부럽고 이번에도 새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판소리복서로 시작 된 이야기가 이렇게 온 조선땅을 다 뒤흔들 정도로 스케일 큰 이야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거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마스터링력과 더불어 과연 이번에도 갓마서터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산군이랑 호리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더 등장시켜주세요 (강조). 제가 낙월옥량을 마스터링하고 아 이 정도면 나 좀 잘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원조는 다르며 짬이란 괜히 차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청출어람의 길이 너무나 멀군요. 정진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족. (그림은 트레소재 사용했습니다)>
플레이 하시거나 시나리오를 읽으신 뒤 NPC 커플인 산군과 호리를 파고싶으시다면 꼭 제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말 저 둘에게 진심이기 때문에...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산군호리 덕질은 1588-봄스봄스>
아니 근데 진짜 산군이랑 호리가 끝내주거든요 여러분 제발 봄스 인생의 부탁입니다 플레이하시거나 시나리오 읽어보시고 저랑 같이 산군호리 파주시기입니다 진심입니다. 안되면 제가 돌려드릴게요 대신 조건은 산군호리 연성해주기입니다 아니 진짜 갓컾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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