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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리플레이/감상

191003 스쿨 앤 불리! 후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이야기의 시작


저와 부셈님이 처음 만난 것은 친구강남 행사였고 그 때 부셈님에 대한 인상이 너무너무 좋아서 '꼭 언제 같이 플레이를 합시다' 라고 말하고 헤어졌고,


그것이 약 3년 전쯤의 일이 되었습니다.


이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우리의 같플레이..! 감사하게도 부셈님이 꾸준히 스쿨 앤 불리 플레이를 권해주셔서 저도 시간이 맞으면 꼭 플레이를 하겠노라 그렇게 말한지 거의 일 년을 꽉 채운 시기가 되어서야 겨우 일정이 맞아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시작 된 스쿨 앤 불리!


그 명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온 바가 있습니다. 정공법으로 플레이어들을 울리는 시나리오! 거기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지켜봐온 부셈님이라면 정말 사랑뿐이고 따스한 이야기를 쓰실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이 이야기가 정말정말 멋진 이야기가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상상 이상으로 완벽했지요!





<늦은사람 : 정석이...! 정석아! 마스터가 늦으면 어떡해!>



2. 플레이어와 PC에 대해서!


제가 전부터 정말정말 같이 플레이하고 싶었던 저의 존잘님 삼님이 우연히 이 타이밍에 시간이 맞아서 부를 수 있었습니다! 제 시나리오는 무척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들만 가득해서 삼님을 부를 수 없었는데 스쿨 앤 불리라면 괜찮을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어요.


기린님은 처음 뵈었지만 헤더에 있는 팀 선상반란을 보고 와! 이분이 정말 플레이를 멋지게 빛내주실거야! 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야 팀 선상반란인걸요!! 그리고 장냥님 또한 비록 같이 플레이 해 본 적은 없지만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 특히 평소 탐라에서 보이던 취향 지점의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주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드림팀이 10월 3일 코이에 집결! 마스터가 도착하기 전부터 스쿨 앤 불리의 배경이 될 과거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즐겁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캐릭터는 스쿨 앤 불리의 주인공이 되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그 초등학생 아이들이 2년동안 환타지아라는 장편 플레이를 하며 만든 PC라는 두 종류의 캐릭터를 모두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각자 어떤 이유로 환타지아 TRPG를 시작하게 되고, 어떤 이유로 그 직업을 골라서 플레이했는지를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느새 평범동의 초등학생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끝내주는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의 초등학교 친구들!! 

집안이 철물점을 하고 본인도 손재주가 좋고 일기장을 꽉 채워 쓰는 성실한 감이는 망치를 들게 해 준다는 유혹에 넘어가 우직하게 정직한 공격을 하는 전사가 되었습니다.

영후는 마이너함과 악당같은 강함을 동경하는 친구였어요! 농구도 레슬링도 좋아해서 캐릭터는 도적인 샤킬 (조던이 아님!!)이었으며 애완닭 이름은 언더테이커였죠! 정석이와 함께 환타지아의 모험의 시발점이 된 친구입니다.

은지는 피아노도 계속 했고 음악에 재능이 있는 친구예요. 그러면서 혼자 공상하고 하는 것도 좋아해서 드루이드 캐릭터를 골랐는데 정말 플레이 내내 멋지게 활약해줬습니다.

제 PC는 초등학생다운 고민을 넣어주고 싶었는데...장녀가 되었네요...이렇게까지 자기 반영을 할 예정이 없었는데 조금 부끄러웠습니다...마법사였구요. 책을 다양하게 읽어서 도서관에 있던 끝없는 이야기도 읽고 반지전쟁도 읽고 해서 판타지에 관심을 가지고 마법사 PC를 골랐어요.


그렇게 우리의 게임 마스터가 되어 준 정석이와 함께 평범동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3. 스토리에 대해


부셈님은 정말 멋진 이야기꾼이자 마스터입니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를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영상을 염두에 두고 만드신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숙적 애꾸눈 백작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로 시작해서, 할아버지의 노크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는 그 느낌! 그 한 장면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좋았는데 이후의 전개들은 정말 다 하나하나 감동적이고 짜릿한 순간들이었어요.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평범했던 학교 풍경이 환타지아로 변하는 그 환상적인 묘사와 완벽한 배경음악,

이야기의 시작 지점인 책상 밑 마을의 사랑스러움에 대한 묘사 (아 정말로 너무 좋았어요! 정말 아이들이 할 법한 발상 그 자체니까요!)

거기에 부셈님의 NPC 연기가 더해져서 정말정말 매 대사 하나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지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특히 마스터의 NPC 연기에 디비지는 사람이라서요!! 촌장님을 보면서 아이들이 할아버지 ;-;)!!! 하니까 능청 반 당황 반을 섞어 '네~ 저는 할아버지지요?;' 하는데 그 순간 마스터도 플레이어들도 다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고블린 스티커 내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모든 부분이 다 멋있었지만 특히 마을을 떠나 백작의 성으로 향하는 그 여정이 너무 좋았어요. 시작하면서 은지가 설정한 드루이드의 이마에 있는 징표가 거대한 바위의 일부였다는 설정을 부풀려서 숲의 심장을 만들고 그 심장을 지키는 수호자를 만들고, 

언더테이커의 모습을 한 수호자가 잔뜩 일그러지고 사슬에 묶인 모습이었다가 아이들의 힘으로 하나하나 사슬을 끊고 끝내는 용의 위로 날아오르는!!!  너무너무 좋아서 계속 엄마...닭이 날았어....ㅠㅠㅠㅠㅠ 하고 오열했습니다...하지만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죠? 닭이 날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미래는 계속 울었고, 다른 친구들이 멋진 대사나 각오를 말하는 중에도 특별히 멋진 말은 할 수 없었어요. 그러고 싶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미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고, 여기를 벗어나면 의젓한 언니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현실이 아닌 환타지아라면 솔직하게 울고 소리지르고 싫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환타지아에서의 모험이 끝나고 아이들은 조금 더 성장해서 자신의 길로 나아갑니다. 감이는 언더테이커가 자람과 동시에 매번 더 큰 닭장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감이가 꾸준히 만들고 걸어나갈 길이 너무 기대되는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그냥 또래 아이들이 다니니까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은지는 환타지아의 모험에서 드루이드의 생명의 노래로 정말 멋진 장면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음악에 진심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너무 어울렸지요. 영후는 이제 아버지와 시간을 좀 더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적막이 잠긴 집을 뛰쳐나와 아이들과 시끄럽게 어울려 놀 수 있게 되었구요. 미래는 새롭게 환타지아 밖에서의 또 다른 모험담을 마스터가 되어서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동생을 깍두기가 아니라 제대로 플레이어로 끼워서요!


이 모든 유년의 순간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정말 아름다움과 유년에 대한 사랑스러운 시선이 느껴지는 행복한 이야기였습니다.



4. 그리고 좋았던 점들


AWE를 본격적으로 해 본 건 시오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늘 일본발 씬제 룰을 하고 있어서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장면 만들 때마다 마스터도 다른 플레이어들도 멋지다 멋지다 해주셔서 정말 즐겁게 또 자신있게 할 수 있어서 평소보다 이백프로 정도는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후담에서 이것은 RPG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많이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장편 엔딩을 앞두고, 또 장편 캠페인을 끝내고 마스터가 느끼는 감정이 이야기 전반에 녹아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어느 지점 어느 장면에서 디비지는지 너무 잘 알고 계시는 마스터의 노련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완벽하게 몰입되는 이야기인 동시에 메타적일수가!


다른 테이블에는 없었던 우리 평범동 친구들의 재밌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고민해봤는데 저희 테이블에는 깍두기인 미지를 끼워서 PC가 다섯명이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설정 하나를 넣어서 이야기를 다채롭게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좋았고 과연 시그니처 시나리오다운 매력이 흘러 넘쳤습니다. 

그리고 용이랑 이렇게 치열하게 싸운 거 우리뿐일걸요? (농담)(찡긋찡긋)


추억과 유년, 사랑과 성장에 대한 멋진 이야기, 스쿨 앤 불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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