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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리플레이/감상

190421 카미가카리 '뇌신초래' 후기

그것은 세계를 구하는 싸움이여야 한다. 

 

2020년 평화로운 일상은 사라졌다.
지천을 뒤덮는 괴물, 땅을 가르는 번개. 이것은 도시의 종말이로다.

복수를 원하는 괴물, 그것의 원한은 선조로 부터 내려오는 원한의 사슬. 
뇌신은 괴물,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고 죄를 심판하고자 한다.

그것은 살아 남기 위한 싸움이여야 한다. 

신비의 장막 속에 안주하지 않고, 그들은 인연을, 대지를, 역사를, 지식을 지키기 위하여 나섰다.

과연 그들은 최악의 최후의 신살의 사냥을 끝맺을 수 있을까?

무장전기 TRPG 카미가카리 ───────  뇌신초래

 

 

 

멋진 인트로와 함께 시작하는 카미가카리-뇌신초래의 후기입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사진은 다른 분들 사진을 훔쳐 썼습니다(ㅋㅋㅋㅋㅋ)

 

 

(지각자-빡빡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 날에는 이코이코님이 돌려주시기로 한 겁스 스페이스 호러 테이블이 잡혀 있었습니다만, 이코님의 불꽃과 같은 카미가카리 영업에 테이블을 급 카미가카리로 변경! 거기에 시나리오는 봄스의 시노비가미 시나리오를 읽어보시고 쓰셨다는 자작 시나리오 '뇌신초래'!!! 아니 정말 너무너무...안 좋을 수가 없지요!

 

저는 굳이 따지자면 현대 배경 이능물보다는 현대 배경 아닌 쪽을 더 좋아하는데, 그렇지만 기본 테이스트가 타입문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오타쿠는 없습니다. 인간계를 어지럽히는 사신 '아라미타마'와 그런 아라미타마를 사냥하는 신 사냥꾼 '카미가카리'들의 이야기...정말 오타쿠의 심박수가 높아지는 단어들 뿐입니다.

그리고 봄스는 오타쿠죠.

물론 굳이 그렇지 않아도 새 룰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무장전기 카미가카리!

기본 판정은 2d6 굴림의 합산+본인의 능력치 보정치를 더해서 마스터가 제시한 난이도 이상의 값이 나오면 성공.

SRS의 스탠다드한 느낌한 판정입니다만, 카미가카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영력조작]. 플레이어는 2d6의 기본 주사위 외에도 4d6의 영력 (추가 주사위)을 가지고 있어서, 2d6 굴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리 굴려놓은 4개의 영력 중 원하는 눈의 주사위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판정에 쓰는 주사위 외에 캐릭터가 손 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도쿄노바와 비슷한가 싶었는데, 굴린 주사위와 손패의 주사위를 바꿔서 원하는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새롭고 즐거운 룰이었습니다.

 

이렇게 굴려둔 영력은 스킬 사용의 코스트가 되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하는 점이 백미.

특히 영력을 판정에 쓸 때는 단순히 큰 값이면 좋지만, 스킬의 코스트는 같은 숫자, 연속된 숫자, 홀, 짝, 특정 숫자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꼭 큰 값을 남긴다고 좋은 것도 아닌...정말 끝없는 머리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굴려 둔 주사위를 스킬의 코스트로 쓰는 점은 드라크루쥬와도 비슷한데, 카미가카리의 경우 코스트의 조건이 훨씬 더 빡빡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끝없는 고난과 역경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물론 크리티컬을 띄우면 어지간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사진은 크리티컬을 두 번이나 띄운 갓셍즈님의 주사위.

 

 

이런 식으로 머리를 쓰는 대게 '주사위를 굴리는 맛이 없고', '지나치게 머리 싸움이 되어서 짜릿한 한 방이 부족하다'라는 게 일반적인 감상인데, 인연을 맺어서 쓸 수 있는 특수한 '한 방'을 노리는 시스템과 랭크를 높임에 따라서 쭉쭉 배수로 들어가는 데미지가 그런 부분을 많이 상쇄시킨다는 느낌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랭크 시스템이 굉장히 손맛이 좋았어요. 배수로 쭉쭉 들어가는 데미지라니 정말 플레이어로서 짜릿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스터가 '일본 TRPG룰의 마스터 피스'라고 하셨는데, 정말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정성들여서 잘 만든 룰이라고 생각해요. 본편에 데이터가 조금 부족한 점이 아쉽고 그 외에는 딱히 아쉬움을 느낄 부분이 없을 정도로, 정말 정교하고 정성들여서 잘 만든 룰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멋진 룰이라서 정말정말 플레이 내내, 그리고 플레이 후로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시나리오 이야기!

2020년의 네오 사이타마 (모 작품과 관련 없음), 뇌수(雷獸) 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며 도시는 위기에 처합니다. 그 절망적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네 명의 카미가카리들...!!

이라고 하지만 네 명 모두 사실 목적은 다릅니다.

라이더는 어째서 매번 배신으로 이어지며 온전히 한 편이 될 수 없는가...(by 마스터) 를 잘 보여주는 상황이었고 (ㅋㅋㅋㅋㅋㅋㅋ)

 

대체로 이런 룰은 장면이 꽉 짜여져있고 수동적으로 레일웨이를 따라 걸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마스터가 KJ법을 도입하여 무척 신선하고 만족스러운, 그리고 정말 이 테이블에서 밖에 나올 수 없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클맥 전. 붙어있는 포스트잇이 KJ법의 흔적.

 

 

마스터가 공들여 오프닝을 묘사하고, 전개 부분부터는 플레이어들이 그 상황에서 '이 PC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일지', '플레이어적으로 보고싶은 장면은 무엇인지'를 포스트 잇에 적고, 논의를 거쳐 장면의 순서를 결정하고 필요에 따라 사이사이 씬을 채워넣음으로써 모두가 보고싶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거기에 [제안 있다 들어봐라 카드]가 같이 접목됨으로써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에 따라 장면에 연출을 추가하는 등 모두의 협의를 거쳐 정말 멋진 장면들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정말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고 멋진 연출을 넣어주는 마스터와, 적극적으로 장면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의 완벽한 합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의 카드는 나중에 쌍 야광봉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얼마나 멋진 이야기였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이 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야기의 결말은 다소 씁쓸했지만, 정말 너무나도 완벽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 결말에 대해서 모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아...정말...이야기가...장면들이...어떻게...그렇게....? 아....아아.....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룰적인 감상이 더 많은데 이건 어제 후담을 너무 열심히 해서 태울만큼 다 태운 것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봄스는 맛있는 룰을 먹으면 마스터링을 돌리는 병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카미카가리도 마스터링을 할 것 같습니다. (룰북은 설정 듣자마자 냉큼 샀구요.) 정말 세련되고 섬세하고, 그러면서도 갖출 건 다 갖춘 완벽한 룰. 카미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시스템에 알맞은 멋진 룰이었습니다. 카미가카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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