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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리플레이/감상

230711 <키즈나 불릿> 입문 플레이 후기 :: 모든 인연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이건 진짜 지독하다 (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언성듀엣, 둘이서 수사, 이프 이프 이프, 광쇄의 리벌쳐.

 

2인룰 대 부흥의 시대.

이 표지들을 보세요.

다들 사이 좋아 보이고 애틋해보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룰에서 제공하는 환경도 두 사람의 유대나 협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광쇄의 리벌쳐는 인류를 수호하는 슈발리에라는 사명감이 있고,

둘이서 수사도 함께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며,

언성듀엣도 두 사람의 사이가 어땠든 함께 이세계를 탈출하자는 목적이 있고,

이프 3은 아예 자신의 일그러짐을 감수하고서라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애틋함이 있습니다...

 

만.

 

 

키즈바레는 대체 뭐가 문제기에 독이 든 페어룰인걸까요? 겉으로는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이 다르겠고...

룰 제작자가 후기에 당당히 '저는 인연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하고 적어 넣은 것도 있겠지만 (카라스바 세이 씨 당신 진짜)

 

제가 가장 지독하다고 느낀 부분은 본질적으로 '오너와 하운드가 평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오너의 입장에서 하운드는 분명히 소원을 이루기 위한 도구인 동시에, 쓰면 쓸수록 부서지므로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병기인 하운드에게 잘 대해줄수록 플레이어가 느끼는 비극은 더 크고 선명해진다 라는 지점이 제일 잔인하지 않나....

 

물론!

이런 헤어짐과 비극 전제의 룰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설정은 오타쿠를 더 끓어오르게 할 뿐이다 이겁니다.

저도 아~ 오히려 좋아 맛있어 하면서 신나서 플레이 준비를 했다 이 말이지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플레이 이야기로 들어가봅시다.

 

 

플레이를 하자! 고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 저에게는 꽤 구체적인 심상이 있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하교길.
내일 보자는 평범한 인사를 남기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아이의 책상 위에는 흰 국화가 올려져 있었다.

 

 

이런 느낌의!

눈에 별로 띄지 않던 조용한 반 학생이 어느날 기적 사용자에 의해 죽었고,

하운드가 되어 지금은 어른이 된 과거의 클래스메이트와 다시 조우한다...

그런 심상이 있다고 세인님께 제안드렸고 흔쾌히 받아주셔서! 다음과 같은 페어가 완성 되었습니다.

 

제 PC이자 하운드! 코드네임은 카타메 (외안), 본명은 야마토 슈우이치. 

하운드로 깨어나면서 눈이 모두 푸른색이 되어야하는데 어째서인지 릴리즈 하기 전까지는 한쪽 눈이 생전의 색과 같아서 붙은 이름입니다.

예, 언제나처럼의 과설정!! 반에서 조용하고 존재감 없던 너드 남학생이 눈을 떠보니 샌즈?!

 

굳이 이런 설정인 이유는...

불릿이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 하운드의... 말하자면 구속구를 푸는 것 같은 '릴리즈' 장면이 있는데요, 이 릴리즈 때 어떤 행동을 할까 하다가,

 

"서로 이름으로 불러보는 건 어때요?"

 

라는 제안을 받아주셔서 그럼 그 전에는 서로 코드네임으로 부르기로 하자! -> 흠 코드네임을 뭐 하지? 

하다가 코드네임화 할 수 있을만한 속성을 하나 넣어주자 해서 이런 과설정이 되었습니다. 

 

친구 없고 조용한 성격에, 같은 반 친구인 시바쿠사 호사쿠 (오너 PC)의 사교적임을 몰래 동경하던... 그런 수줍은 소년이었다가 기적 사용자에 의해 살해 당했다는 설정입니다.

여기에 너무 조용하기만 하면 시바쿠사가 이 친구를 알아차릴 일이 없으니 의외의 반전으로 연극부! 학예회 때 주연으로 무대에도 섰다! 는 설정도 넣어주었습니다. 

조용한 모범생 친구가 눈에 들어올만한 일인데 지나치게 외향적이지는 않으면서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활동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머리가 좋다 -> 대사를 잘 외운다 -> 연극부?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연극부라는 설정을 주었고,

 

이것이 거대한 나비효과가 되어 저는 세션 내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저는 정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넣은 설정이었지만............... 후일 이 친구들은 연극조라고 불리게 됩니다.

 

암튼. 다시 플레이 이야기로 돌아와서...

 

 

GM인 세인님의 PC이자 저의(캐릭터의) 오너! 코드네임은 스카드, 본명은 시바쿠사 호사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행복한 캠퍼스 라이프를 보내는가 했으나... 여자친구가 알고보니 기적 사용자였으며 그로 인해 주변의 친구들을 모두 잃고 복수를 다짐하며 오너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생전의 카타메 (하운드 PC) 와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하교길 방향이 비슷해서 서로 인사 정도는 주고 받았던...

그리고 카타메의 연극을 본 적이 있었던.

그런 친한 듯 아닌듯 미묘한 사이의 클래스메이트이자 카타메에게는 동경의 대상.

 

 

인간불신 복수귀가 된, 그러기 위해서라면 과거의 동창생도 무기로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과거의 챠라남
그런 그를 동경하다가, 죽은 뒤 다시 깨어나 그의 무기가 된 모범생 클래스 메이트

 

 

 

이거 진짜 재밌다...

아무래도 이런 설정으로 재미 없기가 힘들긴 하지만 설정 짤 때부터 무척 즐거웠습니다.

 

살짝 비터스위트한 느낌의 버디 어쩌구... 이것이 키즈바레의 감성...?

 

플레이한 시나리오는 룰북에 수록된 <데드 엔드 릴리>! 그러나 후기에 시나리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キズナを砕き、キセキを殺せ。
인연을 부수고 기적을 죽여라.

 

 

그런 너무한 룰 공식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

 

페어링을 통해 불릿이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복잡한 기분을 느끼지만, 그런 감상에 잠겨 있을 여유는 없이 두 사람은 바로 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때는 3월, 예전과는 모든 것이 달라진 느낌에 서먹한 두 사람이 현장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

 

 

https://youtu.be/1g7lWe4V87k

일본 졸업식 노래 - 여행 떠나는 날에

 

카타메는 인근 고등학교에서 울려 퍼지는 졸업식 노래를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섭니다. 

 

 

자신의 졸업식을 맞지 못하고 죽은 하운드 카타메.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그가 병기라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못내 안타까워하는 오너 스카드.

한때는 같은 교실에 있었지만 이제는 시간에 의해서 갈라지고 하운드와 오너라는 신분으로도 갈라진...

 

 

마히다.

이 룰에 기대한 감성이 맞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깊은 감성이 우러나는 건 역시 돌아갈 수 없고 멈춰버린 학창시절이라는 달콤쌉싸름한 소재가 있어서 였겠지요...

그래서 서로

 

역시 맛을 좀 아시는군요...

 

그런 행복함을 느끼며 신나는 핑퐁을 이어갔습니다.

 

다행히 이 페어는 그렇게까지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한 사이는 아니었어도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접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카타메의 스카드를 향한 과거의 동경은 🌟진짜🌟였기 때문에.

 

 

키즈바레의 시나리오 구조는 도입 페이즈, 조사 페이즈, 결전 페이즈, 종막 페이즈의 4 단계를 거치는데,

일상 파트에 해당하는 도입 페이즈에서는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그 때는 어땠더라~ 하면서 지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여기서 카타메는 진학하려던 학과를 숨기는데 이건 나중에 떡밥으로 회수됩니다.)

 

 

생각보다 하운드로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카타메는 '이 모든 것이 연극처럼 느껴진다' 라는 말을 합니다. 원래도 대인관계에 취약한 편이었지만 연극은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 연극이라고 생각하면 해낼 수 있다고... 그런 자기암시 같은 말을 하면서 지금의 생활에 적응하는데,

 

와 재밌다...

나는 그냥 연극 했었다는 설정을 키워드만 대충 넣은 거였는데

이걸 핑퐁하면서 이렇게까지 얘기하고....... 너무너무 재밌다... 세인님은 천재 알피저야...

 

그래서 한껏 분위기를 타서,

 

이 모든 것은 연극이니까 괜찮을거라고 끝없이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죽었다는 것과 자신에게 앞으로 졸업식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슬퍼하는 하운드와,

하운드는 무기니까 복수를 위해서 얼마든지 써주겠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슬픔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흔들리는 오너...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으아악 오타쿠 살려!!!!!!!!! 하고 즐거움의 지옥불에서 타오르면서 플레이했습니다.

 

이게...이런 룰이지...

이게 키즈바레지...

 

맛있다... 끝없이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플레이하던 중,

 

조사 페이즈에 들어선 카타메는 말살 대상으로 지목된 기적 사용자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스카드에게 합니다. 

스카드는 이미 기적 사용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말이 통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지만 성격이 병기보다는 무르고 말랑말랑한 일반인에 가까운 카타메는 그러면 안되냐고 계속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그 끝에 스카드는 카타메에게 자신이 오너가 된 이유를 털어 놓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 하나가 기적 사용자였던 것, 그래서 어느날 다른 동창들과 주변의 친구들을 모두 죽인 것, 그 속에서 혼자 살아남아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던 것들까지...

 

 

이 이야기는 이인극이자 복수극.

그렇다면 하운드로서의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정해진 자신의 배역은 과거의 동창생이 아니라 지금의 오너를 위한 무기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카타메는 그에게 그의 복수를 위한 무기가 되겠다고 말하며,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완벽한 사냥개로 거듭납니다.

 

그렇게 해서 충실한 오너와 하운드 사이가 되었습니다...

로... 끝났으면.... 이렇게까지 불타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스카드마저도 완전히 과거의 기억과 감정들을 버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완전한 무기가 되겠다고 말하며 싸우는 카타메를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스카드......

 

카타메는 학창시절의 스카드가 자신의 존재를 모를거라고 생각하고 그의 인싸력에 대해 혼자서 일방적인 동경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스카드도 학창시절 카타메의 무대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저 녀석이 저렇게 빛날 수도 있는 녀석이었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시트에 기입된 스카드의 카타메에 대한 인연... (근데 깨졌죠? 전투하다가 깨졌습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과거 빛나고 착했던 친구 야마토 슈우이치의 모습과

자기의 복수를 위해 무기가 되겠다고 하는 하운드 카타메의 모습 사이에서 스카드 또한 계속해서 번민했던 것입니다... 자신을 복수를 위해 친구를 이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이것은 카타메의 인연인데요.

 

실제로 이 룰은

캐릭터 메이킹 과정에서 과거에 대해 두 개의 인연을 만들고,

하운드로서 깨어나 기동하면서 그 인연 중 하나를 무조건 부수고 (!!!!!!!!) 시작하기 때문에 아악 카라스바 세이 씨 용서 못해

 

이 때의 연극에 대한 기억이 카타메에게는 이미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스카드는 과거에 자신이 카타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었는 지, 그에 대한 마음들을 끝끝내 숨깁니다.

왜냐하면,

 

하운드는 싸움을 거듭하면서 계속해서 '인연'이 부서져 나가기 때문에,

과거의 소중했던 추억을 '인연'으로 만든다면

이것도 언젠간 부서지겠지 라는 생각에......................

 

 

그래서 저는...

내내... 

우뚝 서서 사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서로에 대한 새로운 인연을 추가하고

최종 결전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류의 룰이 그렇듯, 그리고 인연의 탄환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오너와 하운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연을 부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이 룰은 그러한 인연의 소모를 전제한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물론 난이도에 따라 필요치 않을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호락호락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가지고 있는 코스트를 충분히 써야하는 다소 빠듯한 난이도였습니다. 저는 좋았어요.)

 

그래서 전투 중 위기의 순간,

카타메는 자신이 스카드에 대한 인연을 하나 파괴합니다.

 

그 인연의 이름은 [말하지 않은 바람].

자신이 시체 병기가 된 지금에 와서는 이루어질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 한 켠에 묻어두려고 했다가 스카드를 보면서 떠올린 것...

 

 

그 인연의 힘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내며 카타메는 이야기합니다.

지금 자신의 바람은 이 이인극을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살아있는 친구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

 

죽은 자신은 어디까지나 이 극의 조연이며,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무대의 주연인 스카드의 삶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조연인 자신은 언젠가 무대에서 내려가겠지만,

주연인 친구는 언제고 계속 살아 남아서 꼭 행복하게 커튼콜의 박수 소리까지 들을 수 있기를.

 

그러한 결의로 두 사람은 기적 사용자의 퇴치에 성공합니다.

 

 

그렇게 영원히 졸업을 맞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도 친구의 검이 되기로 한 하운드와,

과거 무대 위에서 본 친구의 반짝임 대신 지금 곁에 있는 이 빛의 소중함을 깨달은 오너는,

한 건의 임무를 마치고 부서진 과거의 인연을 상처로 새긴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이인극이 언젠가 끝나더라도, 결말은 꼭 해피엔딩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

원래 알피지는 과몰입할수록 즐거운거긴 한데,

이게...............

이.............................................................

 

하............................................

즐거워?

즐? 즐겁 즐겁죠 오타쿠적으로는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는데...............................................................

 

인연의 탄환 (키즈나 불릿) 이
줄이면 키즈바레 (상처를 드러내다) 가 되는 게
이 룰의 모든 지독함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였고...

좋은 이야기였는데....

 

이 고통과 슬픔과 분노를 잊을 수 없어서 룰 제작자를 향한 분노를 기록하고자 이렇게 후기를 쓰고...

두고보자.......................

저는 누구를 향하는 지 모를 그런 분노의 각오를 다시 한 번 새기는 것입니다............................

 

 

아무튼 키즈바레......

어둠의 페어룰............................

 

지독한 관계를 플레이해보고 싶다...

상처를 끌어안고 나아가는 인연이라는 걸 느껴보고싶다 그런데 그 상처가 좀 치명상인..............

 

그런 마음이 드신다면 추천합니다........

 

저는 이제 내상을 좀 수습하러 가겠습니다...

연극조...행복하렴...행복하기 힘든 세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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