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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리플레이/감상

230711 <키즈나 불릿> 입문 플레이 후기 :: 모든 인연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이건 진짜 지독하다 (상)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2인 룰을 좋아하십니까? 저는 2인 룰을 아주 좋아해서 사족을 못 쓰다 못해 2인 룰이면 신나서 입에 넣다가 실제로 죽은 적도 있습니다.

 

2인/ORPG 대응의 룰은 현대 TRPG 트렌드에 있어서 꽤 획기적이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알피지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여럿 모여 떠드는 게 진짜지!'라고 주장하는 저지만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여러 명이 시간 맞춰서 모이기 힘든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에 맞는 TRPG로서 2인 룰들의 발전을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퇴근하면 플레이 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확실히 2인 룰은 2인이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고 의미가 있는 시스템을 많이 만든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최근 들어서 재미있게 한 2인 룰은 <둘이서 수사>, <광쇄의 리벌쳐>, <이프x이프x이프>. 그리고 취향에서는 살짝 벗어나지만 2인룰로서의 의의에 충실한 <언성듀엣>, 2인 룰은 아니지만 버디 시스템이 있는 <가든오더>.... 하고보니 많이 했네요.

 

그런 MZ 2인룰 탐색을 하던 저의 눈 앞에 어느날,

 

 

 

이런,

이미지 한 컷만으로도 저의 오타쿠 취향을 관통하는 룰이 나타났습니다.

 

제목은 <키즈나 불릿 - 사냥개들의 소원>, 제작자는 팀 N.G.P의 카라스바 세이. 마찬가지로 페어 룰로서 이름을 많이 들었던 <인귀혈맹 블러드 패스>의 제작자입니다. 

(인연의 탄환이라서 키즈나 불릿인데 불릿의 발음 때문에...저는 아직도 키즈나 불릿이 맞는지 키즈나 불렛이 맞는지 키즈나 뷸렛이 맞는 지 잘 모르겠으니 이하 약칭인 키즈바레로 통일하겠습니다.)

 

취향을 관통하는 이미지,

믿을 수 있는 팀 (저는 N.G.P에서 만든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주인감염과 카미가카리를...)

인연의 탄환이라는 룰 제목.

 

 

여러분 저 오타쿠입니다 저 이거 못 먹으면 죽습니다

제발 드셔보신 분들 저한테도 좀 먹여 주세요

 

저는 플레이어 욕심을 많이 내는 편은 아닌데...

이것만은 제발 먹게 해달라고 타임라인에서 싹싹 빌면서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싹싹 빌면서 다닌 지 약 1년, 

봄스님 그거 제가 돌려드릴까요? 하고 나타나신 세인님의 은총으로 인해 저는 드디어 길고 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고 맨날 표지만 보고 설정만 읽으면서 눈물 흘리던 환상의 그 룰에 입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리벌쳐가
오타쿠 츄르라면
키즈바레는
오타쿠 독약인듯...................................
저는 여러 페어 룰들을 해보면서
각자의 룰들이 각자의 특화 영역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키즈바레는...
페어룰인데 독이 들어있다는 점이... 독보적인듯...
기본적인 페어룰 
- 서로가 있어서 문제가 해결됨

키즈바레
- 서로가 있어서 문제가 해결되기는 하는데 서로가 문제임


플레이 이후 이런 감상을 남기며 약 24 시간동안 세상을 저주하고 룰 제작자를 원망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카라스바 세이 씨... 원망하고 저주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타쿠 독약 키즈바레의 세계로 들어가보죠!

 

 

배경은 현대 일본, 도쿄. 

어느날 이 사회에 '기적 사용자' 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은빛의 나노머신 '복음 (가스펠)'에 침식되어 죽지도 않고, 초인적인 힘을 사용하는 이 '기적 사용자'들에 의한 살인, 변사, 실종 등의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 복음의 문제는 무엇이냐,

닿는 것들을 모조리 분해해버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기적 사용자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그 현장에서 복음에 노출되었을 때 시체는 사라져버리기도 하는데...

 

간혹 현장에 남아있던 피해자들의 시체가 이러한 복음에 대해 약간의 내성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체에 복음에 대항할 수 있는 나노머신 '리벨'을 주입하여 되살려 내어, 기적 사용자들에 대항하는 병기로서 만들어내니, 이것을 '하운드' 라고 부릅니다.

 

SID라고 불리는 경시청 소속 극비 기관에서는 이러한 '하운드'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오너'를 '페어링'하여 하나의 '불릿'을 완성하여 기적 사용자들을 추적하고 박멸하고 있다...

는 것이 룰의 큰 세계관이자 테마입니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능력 버디 수사물...!!!!

 

이거 진짜 너무 맛있다!!!!!!

 

 

그래서 룰 설명을 들은 제가 떠올린 이미지는 

당연히

 

 

이런 작품들이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더 지옥불맛에 몸부림을 치게 되었습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진짜 깔끔하고 좋아요.

특히 버디물답게,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어서 이거 신경 많이 쓴 룰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합에 따라서 2인에서 5인까지 플레이 가능한 확장성이나,

한 명의 오너에 하운드가 둘인 조합도 가능하고,

 

전투에 하운드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오너인 PC도 거의 동등하게 싸울 수 있고,

전투 중에는 서로 오너-하운드가 공격자를 바꿔가면서 공격하는 '스위치' 시스템으로 태그매치 같은 느낌을 잘 구현했다든지,

드라마 파트에서는 '턴 테마' 라고 하는 요소를 도입해 조사나 탐문하는 내용 말고도 페어적으로 어떤 주제의 대화를 하고 어떤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지 서포트해주는 등,

 

버디물 룰로서 갖춰야할 모든 미덕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만.............

 

그것만으로는 제가 ORPG 4시간 30분동안 사람살려 라는 말을 21번 하게 된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연의 탄환 (키즈나 불릿) 이
줄이면 키즈바레 (상처를 드러내다) 가 되는 게
이 룰의 모든 지독함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키즈나 불릿. 인연의 탄환이자 불릿이라는 말은 인게임에서는 오너-하운드 페어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진행하며 오너와 하운드는 서로 '인연 (키즈나)'을 쌓고,

그 인연은 더블 크로스의 로이스처럼 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싸움이 끝나면 필연적으로 깨져나갑니다.

 

네.

전투 중에 사용하지 않아도,

릴리즈...그러니까 하운드의 전투본능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설정적으로 나노머신 리벨이 하운드가 가지고 있는 인연을,

클라이맥스 종료 시에 반드시 하나 파괴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아끼고 정을 주고 사랑해도 싸우면 싸울수록 점차 깎여나가는 나의 파트너.

 

에게,

또 끝없이 새로 인연을 만들어주고....부서지고...를 반복하면서 싸워나가는...

 

키즈바레는 그런 룰이었던 것입니다.

 

 

불릿 (탄환).

탄환이란 쏘면 반드시 부서지는 것........

 

기적 사용자에 의해 살해당했다가 다시 시체병기로서 깨어난 하운드, 그리고 그런 하운드를 옆에서 지켜보는 오너.

이 관계는 싸움을 거듭할수록 계속 부서지기를 반복하고 이윽고 언젠가는 완전한 이별을 맞을 수밖에 없는,

 

키즈바레의 세계는 그런 잔혹한 세계였습니다...

 

 

물론 뭐...

과몰입 하나도 안하고 쿨하게,

나는 오너. 너는 나의 병기. 우리는 일을 해야한다. 뚝딱뚝딱. 사건 해결.

뭐 그렇게 건조하게 즐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룰에서 지원하는 감성은 그게 아니니까!!!

 

사실... 저런...

인연을 쌓고 그 인연을 바탕으로 싸우고 부서지고 한다는 이야기는 룰 설명 초반에도 적혀 있어서,

저도 플레이 전까지는 아하 그런 설정이군~ 이거 제법 불맛 나는 오타쿠 룰이네~ ^^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임했다가 그만,

 

 

 

울면서 지금 이런 후기를 쓰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카라스바 세이 씨...감사하고 저주합니다...

 

 

 

자, 그래서 일단 룰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지금은 퇴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하)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저의 입문 플레이이자, 이 오너-하운드 페어, '불릿'에게는 본격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대체 얼마나 끝장나는 세션을 즐긴 것인지...

그것은 천천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편에서...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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