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 본 후기에는 '보름달의 도살자 (피의 대리전)' 시나리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겁스 (Generic Universal Role Playing System, GURPS) 라고 부른다.
타임라인에서 겁스토랑스(@)님이 꾸준하게 영업을 하셨음에도 불구, 사실 저는 겁스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되려 저보다는 룸메이트가 더 관심있어 했고 베이직 세트를 산 것도 룸메였죠.
저는 겁스 서플리먼트가 그렇게 교양도서로 좋다길래 겁스 무예를 산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만
<겁스 무예 목차와 그것을 본 저의 감상>
역시 한 번은 해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겁스토랑스님이 세션을 열기를 기다려 헌터들의 밤 세션에 참가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헌터들의 밤 : 뱀파이어와 짐승인간 등 비인간 세력과, 그들과 대립하는 헌터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반 판타지 풍의 배경. 캐릭터들의 CP가 높아 사실적인 전투보다는 보다 호쾌한 액션의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그렇게 겁스토랑스님의 인도로 칼잡이로 플레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겁스의 가장 큰 특징인 세세한 캐릭터 메이킹은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전사 템플릿을 이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템플릿을 이용하면 캐릭터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ㅅ^ 라는 느낌으로 시작했으나,
<흔한 겁스 초보의 캐릭터 메이킹 현장>
간단...예...간단...
이 시점에서 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생각을 포기하고 장비 부분은 나시르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도저히 캐릭터 정하고 나니 장비까지 일일히 정할 자신이 없어서....orz
그리고 나시르님과 몇 시간의 행아웃을 거쳐,
단순한 은퇴 요원이었던 제 캐릭터는 원맨아미로 거듭났습니다.
장비 설정의 현장
나시르님 : 자 여기 이 검은 어떠신가요! 이렇게 이렇게 개조를 해서 성능을 올려서...
나 : 오 그거 좋네요!
나시르님 : 검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총도 빼놓을 수 없죠!
나 : 좋아요!
나시르님 : 자 이쯤되면 폭탄은 어떠십니까
나 : 폭발!!!! 남자의 로망이죠!!!!
나시르님 : 좋습니다!! 폭탄에도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나 : 역시 플라스틱 폭탄이죠!! 벽에 붙이고 돌아서서 굿바이- 하고 펑 터트리는 것이야말로 로망!!!!
나시르님 : 뭘 좀 아시는군요!!!
무기 밀매의 현장은 딱히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은탄과 나무탄과 일반 납탄이 전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한 번 더 기함.
그리고 그것 말고도 총탄 종류가 더 많다는 사실에 두 번 기함하였읍니다.
역시 겁스의 세계...대단해.
그리하여 플레이 당일! 몇 분의 관전자와 플레이어들이 등장했습니다.
캐릭터는,
올가 (짐승인간) : 호랑이 인간. 나시르님이 말하시기를 '제가 본 이래 가장 강한 근접 전투 캐릭터'. 호탕하고 씩씩하고 파티에서 키가 가장 큰 여캐였습니다. 플레이어는 매드박스님 (@).
신지하 (우연한 영웅) : 평범한 대학생이다가 괴물이 학교를 습격했던 현장에서 살아 남아 어둠 속의 존재들에 대한 것을 알게 된 초능력자. 염냉계열의 능력을 쓰며 플레이어는 늅리프님 (@).
랫 (총잡이 성직자) : 금욕적이고 냉정한 성직자 캐릭터. 총의 달인 기능을 가진 베테랑 헌터. 플레이어는 개님 (@).
닥터 웰시 (칼잡이, 나) : 은퇴한 전직 요원. 왼팔이 의수로 되어있고 의수 안에 칼을 장착하고 다니는, 겉보기에는 온화한 영국 신사처럼 보이는 노인.
이렇게 네 명.
그리고 마스터인 나시르님의 감상.
"보통은 브레인과 서브 브레인이 필요한데.....우리는 서브 브레인이 없네요."
음......................................
그럴 수도 있죠.
1. 사건의 시작
시나리오는 헌트 교수의 병원에서 갑자기 좀비들이 발생하는 장면으로 시작.
서로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았던 PC 넷은 그 상황에서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던 중 비명소리를 듣고,
수술실에서 임산부 한 명이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납치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 때 개님이 크리티컬 터트리셔서 호쾌하게 좀비에게 총을 쏘고 공중에서 탄창을 철컥 갈아 끼우는 멋진 묘사를 하셨다!!!(야광봉))
헌트 교수는, 그 여자의 뱃속에 있는 것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혼종으로 전설적인 헌터가 될 존재라고 강조하며,
많은 보수를 줄 테니 그 아기를 데려와달라고 PC들에게 의뢰합니다.
여기까지는 분명 평범하고 정석적인 진행이었는데...
2. Be폭력주의자
검은 피부의 남자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그 남자가 슬럼가에 새로 나타나 이 일대를 장악한 새 대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일행.
좀 더 자세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올가와 웰시는 갱단의 본거지인 폐 공장터로 향합니다.
올가 : (자연스럽게 대마초를 뺏어 피운다) 새 보스에 대해서 얘기 좀 해봐 ㅇㅅㅇr
갱 : 에에 그러려면 이게 좀 있어야되겠는데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어 보인다)
올가 : 음...
웰시 : 그럼 일단 손가락을 자를게요
일동 : ?!?!?
웰시 : ????? 안돼요? 저 위협 있는데...
마스터 : 되...되되...됩니다.....
그렇게 웰시에게 손가락을 잘린 갱은 고통스러워하면서 정보를 부는데 영 정보량이 적어서,
웰시 : 허허 바른대로 불지 않으면 할아버지의 나이프가 어흥~해요 (이미 어흥한 뒤다)
웰시 : ㅇㅅㅇ....이새끼 제대로 안 부네...하나 더 자릅니다
마스터 : (mm.... 네.....
<진지한 시나리오였군요...저희는 손가락을 자르며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위협을 벼슬처럼 휘두르며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어냈다 합니다.
3. Be폭력주의자(들)
일행은 검은 피부의 남자가 제왕절개를 해줄 수 있는 의사를 찾는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웰시 : 그러면 의사를 대동해서 몰래 잠입해보죠!
올가 : 좋네요 그러면 병원에서 납치해서 갈까요?
랫 : 괜찮군요
지하 : 병원에서 납치하면 문제가 너무 커지지 않을까요? 뒷골목에 의사 같은건 없을까요?
올가 : 오 야매의사 좋네요!
웰시 : 좋아요 그러면 야매의사를 납치해서 끌고가는걸로 하죠!
마스터 : 네............(mm
마스터 울어요...? 왜 울어요....
아무튼 그렇게 일행은 슬럼가에서 오버워치 하고 있던 야매의사를 납치해서 끌고가는데 성공합니다.
은밀한 잠입에는 실패해서 웰시가 치매노인 연기로 보초 서고 있던 사람들 끌어낸 건 덤.
4. 겐지짓 하지 맙시다 - 부제 : 겁스의 무서움
폐공장 안에는 예상한대로 그 남자의 부하인 뱀파이어들과 좀비들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
웰시 : oO( 조았어 베테랑의 솜씨를 보여줄 때다 )
웰시 : 달려가서 가운데 있는 좀비의 가슴팍을 벱니다!!!!
(또르르륵)
마스터 : 실패했네요. 공격이 빗나갔습니다.
웰시 : (또르르...)
마스터 : 다음은 좀비들의 턴입니다.
마스터 : (세 명의 좀비들이 웰시에게 달려든다)
웰시 : 아아악!! 아악!! 아아아아앆!!!!!
결국 공격은 커녕 빈사상태가 되어서 도망침
랫 : 겐지네요
올가 : 겐지네
지하 : 겐지가 함께한다!!
그렇게 베테랑 헌터는 겐지라는 오명을 썼다.
설정 그런거 겁스 룰에서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다굴이 짱입니다.
다굴하기 좋은 위치에 뛰어들지 맙시다.
그리고 무기는 중화기가 짱입니다. 냉병기는 버립시다.
5. 비폭력대화의 위대함
좀비와 뱀파이어를 무찌르고 남자를 따라잡는데 성공한 일행.
남자는 자기 또한 헌트 교수의 실험체였음을 밝히며, 의뢰대로 아이를 헌트 교수에게 데려가면 아이는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처우에 놓일거라고 일행에게 호소합니다.
남자 : 너희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올가 : 저거 죽여도 돼요? ㅇㅅㅇ?
지하 : 와 저희 되게 악역 같아요
웰시 : 와 다굴이다!
마스터 : (mm
올가 : 그래도 설득 한 번 해볼게요!
마스터 : 해보세요...(먹힐 것 같지는 않지만)
올가 : 너야말로 만삭의 임산부를 납치하는게 진짜 남자가 할 짓이라고 생각하나?!
(주사위 굴림)
(3d6=4)
마스터 : 엄청...설득력 있었나보네요...
일행 : (대폭소)
<저희는 악당이 아닙니다>
비폭력대화는 위대합니다.
Be폭력이든 비폭력이든지간에요.
6. 아....아....아아아아.....
짐승으로 변한 남자와 사투를 벌이는 일행!
웰시는 또 겐지짓 하다가 치명상을 입고 빠지고 (냉병기를 버리자)
남자는 랫에게 달려들었다!!!
마스터 : 샅을 공격합니다!!
랫 : 회...회피!!!!
(또르륵)
마스터 : 실패!!!!!
<아아아아.....>
마스터 : HT 체크해주세요!!
(실패)
마스터 : 랫은...기절했습니다...
일동 : 아아....아아아아....(안타까움)
랫 : 안수치료가 2레벨이면 자가 안수치료라도 할 수 있는데...1레벨이야...;ㅅ;
웰시 : 아니...그...안수치료는 안보이는데에서 해줄래요...
랫 : ;ㅅ;....
괜찮아요 사제니까 쓸 일도 없을거고...
7. 후일담
남자를 죽이고 추격전을 벌인 일행은 산모를 죽이고 막 태어난 아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올가 귀여워쪄>
랫 : 죽이죠?
웰시 : 죽이죠
올가 : 난 보수만 받으면 되니까 ㅇㅅㅇr
지하 : 어...
마스터 :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
랫 : 헌터잖아요 ㅇㅅㅇr
올가 : 맞아 헌터들은 좀 비인간적이어도 돼
그러다 고민 끝에 아이는 올가가 자란 시설에서 자라게 하고,
어차피 은퇴해서 한가한 웰시와 정식 요원이 아닌 지하, 그리고 철두철미한 랫이 종종 찾아가면서 감시하는 것으로 비교적 훈훈한 엔딩이 되었습니다.
헌트 교수는 쓸데없는 짓 하면 다음에는 네놈 목을 따겠다는 협박을 들었고요.
아이 이름은 겐지가 되었습니다.
무척 즐거운 플레이었고 목소리로 플레이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마스터의 연기가 정말 출중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여튼 겁스에 대해서 소감을 말해보자면
1) 겁스 룰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3d6 판정이고 그 외에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면 어려울 뿐. 거기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 정도 난이도면 대충 보정치가 어느 정도 붙겠구나 하는 감이 올 것 같아서 그렇게까지 어려운 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실감나서 고통스러운 전투
판타스틱한! 화려한! 타격감이 쩌는! 전투를 원한다면 겁스는 아쉽게도 크게 부합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가 400 CP짜리 캐릭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좀비랑 1:3으로 싸워서 못 이기는 그런 슬픈 결과를 봤기 때문에!
대신 꼼꼼한 전투, 예를 들어 베기와 꿰기가 다르다든지, 주요 장기를 노리는 것과 일반적으로 총을 쏘는 것이 다르다든지 하는 판정에 관심이 있다면 겁스는 완벽하게 그 꼼꼼함을 만족시켜 줄 것입니다.
3) 캐릭터 메이킹 과정이 재밌다!
겁스의 캐릭터 메이킹은 어렵지만 또 그만큼 즐겁습니다. 장점, 단점, 버릇, 특기 등 다양하게 조합해서 수백가지는 너끈히 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
자캐덕들에게 캐릭터 메이킹 북 하나 던져주면 삼박 사일을 밤새워서 놀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 메이킹이 재미있고 또 다양합니다.
단, 초보들에게는 템플렛 사용을 권합니다.
처음부터 쌓아올리기에는 너무 막막하니까요!
결론은
여러분 겁스는 안전합니다 모두 겁스를 믿고 플레이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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