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봄스 PL. 생님
부제 : 기절할만큼 재미있는 세션
드셔보시고 기절 안하면 기절시켜드립니다
그러나 모두 기절해서 기절시킬 필요가 없었다
스토리와 전개 모두 백 퍼센트 즉흥이었기 때문에 기존 공개 시나리오에 대한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저는 제가 마스터일 때 후기를 잘 쓰지 않지만 그냥 '아, 그 때 좋았지~'라고 회고하기에는 정말 아까울 정도의 갓세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꼭 이런 갓세션은 녹음도 안했더라고!!!!!!!!!!!!!!!
곱씹어보면 결국 리벌쳐...적은 인원으로 플레이하는 룰은 정말 세계의 하나하나부터 그 테이블에서 만들어지는 멋진 이야기니까요. 그 세계와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후기를 적습니다.
본격적으로 플레이 이야기를 하려면 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요즘 한참 마이붐인 <광쇄의 리벌쳐>입니다. <은검의 스텔라나이츠>, <언성듀엣>에 이은 드라코니안 사의 작품. 언성듀엣처럼 2인 룰입니다. (정발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2인 룰에 그렇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정말 광쇄의 리벌쳐는 발매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무척 침 흘리면서 기다린 이유가 있습니다.
장르가 메카 + SF + 포스트아포칼립스였거든요..........
메카...........
메카!!!!!!!!!!
저는 정말 로봇, 그것도 로봇 전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알피지로 즐기기에는 여러 제약이 많아서 늘 아쉬워했거든요.
그런데 로봇 전투가 메인인 룰이 나온다? 이건 된다........이건 내 인생룰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아니나다를까, 정민님의 은혜로 처음으로 플레이 해 본 리벌쳐는 세계관부터 시스템까지 너무나 제 취향을 관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렇게 리벌쳐 팔이 소녀의 길로 들어서서 호오 호오 리벌쳐 드셔보세요 이 리벌쳐를 다 팔지 못하면 포트리스에 돌아가지 못하는데...그런 마음으로 한 달에 몇 번씩 리벌쳐를 돌리는 사람이 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룰을 오타쿠 츄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타쿠 이 룰 안하면 죽음
오타쿠 이 룰 해도 죽음
저는 오타쿠입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들고 공수표를 뿌리던 중 생님과도 플레이 약속을 잡았고, 기왕이면 이건 오프라인에서 하고싶어!! 라는 욕망이 있어서 느긋하게 일정을 잡고 거리두기 해제를 기다리던 때에 드디어!!
2022년 4월 23일, 약속의 신촌에서 저희는 다시 만난 것이었습니다.
기왕 후기니까 본격적인 플레이 이야기 전에 플레이 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자면,
플레이 전, 어떤 느낌의 플레이가 될지 미리 정하기 위해서 메카물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 뚜렷하게 이걸 해야겠다! 라는 느낌은 없던 상태였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이야기가 나오겠지~ 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2인 룰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그렇다고 그냥 만나서 얘기합시다~ 하는 건 너무 성의 없는 마스터 같아 보여서 (...) 대략적인 느낌만 잡아놓고 가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알피지에 있어서 꼭 필요한 건 테이블에서의 공통 심상이니까요.
생님이 어떤 느낌을 좋아하시더라...하고 생각하다가 예전에 몇 번 같이 플레이했던 경험을 되살려서 너무 무겁지 않고 경쾌한 활극! 액션! 같은 느낌이면 어떨까 생각해서 다음과 같이 시나리오 후크를 작성했습니다.
◆ 시나리오 개요
슈발리에인 당신에게 포트리스 밖에서 급하게 날아든 좌표. 그 좌표에서 당신이 발견한 것은 정체불명의 상자였다. 인근 가까운 포트리스까지 배달을 부탁한다고 적혀 있는 상자. 그리고 그 상자를 입수한 순간, 상자 안에서 쿵 하는 수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광쇄의 리벌쳐 - 판도라 온 하이웨이
이런 후크라면 사실 어떤 방향으로도 선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미지의 상자가 나왔으니 그 상자를 두고 추격전을 펼칠 수도 있고,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를 밝히는 미스테리물을 만들 수도 있고. 상자 속 내용물을 맥거핀으로 쓸 수도 있는 정말 만능 후크거든요.
그렇게 아직 상자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 채! 적당히 세계관에 대한 심상을 공유하며 캐릭터 메이킹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캐릭터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슈발리에 바림 | 피앙세 올드 로즈 |
■ 멸망한 포트리스 출신 ■ 지금 포트리스에 정착한 지는 6년 정도 ■ 유들유들한 성격의 실리주의자 ■ 이전의 포트리스를 지키려다 실패. 피앙세도 잃고 본인도 추락했다. 포트리스마저 소라바미에 의해 망해버려 혹시 그 때의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 고도 11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전의 전투에서 패배한 기억 때문에, 고도 11 이상의 높이에서는 하늘에 육각형의 타일과 같은 천장이 있는 환각을 본다. |
■ 바림이 현재 살고 있는 포트리스에서 고물상 '임포트'를 운영 중. ■ 주로 하는 일은 잿빛 황야를 떠돌며 부서진 실드 파편을 주워다 파는 일. ■ ↑ 이 일을 하다가 황야에서 ← 를 주워왔다. ■ 빛바랜 적발의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여성. 고물상 뒤뜰에서 직접 담뱃잎을 키워서 피운다. 컨트리 팝송을 좋아함. ■ 비정규직 피앙세. 과거가 화려한 것 같다. 지금은 요청이 있을 때만 리벌쳐에 탑승한다. |
와...................................
벌써부터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정말 생님이 짜오신 캐릭터 설정을 보면서 마스터는 침으로 한강을 이뤘습니다.
이미 사라진 포트리스와 그 생존자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음
↑
예??? 저희 시나리오 제목이 <판도라 온 하이웨이>인데 희망이요???? 아휴 너무 완벽하시네요
이 시점에서 마스터는 적 소라바미 설정에 무언가를 슬쩍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고도 11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함.
본래는 끝까지 날아오르는 성격이었으나, 마지막 전투에서 패배한 높이가 11.
올려다보면 천장의 환각이 보인다.
바로 이 설정.
바로 이 설정!!!!!!!!!!!!!
정말...이거죠.
플레이어가 이런 설정을 가져오면 마스터는 참을 수 없거든요. 이런 설정을 줬는데 받아먹지 못하면 마스터 자격증 내려놔야 합니다.
리벌쳐의 전투는 지면으로부터의 고도를 나타내는 플라이트 맵에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특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설정을 주신겁니다.
정말...천재적인 설정이예요. 어떻게 이런 설정을...생님은 정말 천재 플레이어이십니다. 그렇게 박수치면서 저는 마스터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기체가 고도 11 이상으로 올라가면 명중률 (목표치) 에 패널티가 붙는다는 맵 기믹을 넣었습니다. 적 데이터에도 공격을 받으면 조금씩 높은 곳으로 도망친다는 것을 추가하고요.
한참 캐릭터 설정을 이야기하고, 두 사람이 살고 있는 포트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생님이 '로즈는 그럼 직접 재배한 담배를 피운다면 특유의 담배 냄새가 나겠네요' 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너무 좋아서 펄쩍 뛰었습니다. 오프탁의 장점! 너무 좋으면 현실에서 펄쩍 뛸 수 있다!)
그렇게 잿빛 황야 위, 포트리스 A41 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A41 포트리스에 자리를 잡은 지 6년 째인 바림.
그러나 바림은 포트리스의 '비정규직 슈발리에'입니다. 이미 이 포트리스를 굳건하게 지키는 다른 슈발리에와 리벌쳐가 있고, 바림은 올드 로즈가 주워왔으니 오늘도 고물상 '임포트'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올드 로즈가 시킨 택배 수령을 하러 옆 포트리스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옆 포트리스 A86으로 가던 중 다급한 무전을 받은 바림.
바림은 이동 경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추락한 리벌쳐의 슈발리에가 "여기 와서 이 물건을 가져가달라." 라고 최후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듣게 됩니다. 그 메시지를 들은 바림이 무전에 찍힌 좌표에 도착해서 본 것은 부서진 리벌쳐의 잔해와 잿빛 황야에 반쯤 파묻혀있는, 반 지아드 입자 코팅이 되어있는 커다란 상자였습니다.
바림은 일단 메시지를 받은대로 상자를 챙기고자 했지만 로즈는 빨리 포트리스에 가서 주문한 물건이나 받아오라고 닥달을 하고, 그렇게 바림은 A86 포트리스로 향하는데...!!
그렇게 진행된 데이즈!
사실 저는 은스나도 그렇고, 두 사람이 이야기로만 주고받아서 채우는 플레이 방식에 그렇게 익숙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에서도 좀 더 다이나믹한 위기와 여러 요소들이 있는 쪽을 좋아하는데, 광쇄의 리벌쳐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를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흥미진진해져서 데이즈가 너무 즐겁더라고요.
수상한 상자가 있는 좌표를 얻은 바림, 혹시 오는 길에 이상한 상자를 본 적이 없냐고 묻는 A86 포트리스의 연구원들, 그리고 그 녀석들에게 줄 생각 하지 말고 당장 돌아오라고 말하는 올드 로즈. 이 수상한 분위기 속에서 상자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쾅쾅 소리!
그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즈음 하늘은 푸른 빛을 드러내고, 마침내 상자 뚜껑이 부서지며 그 안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것은 거대한 지네같은 소라바미의 한 마디였습니다!
상자에서 날아오른 소라바미의 파편은 거대한 지네형 소라바미의 몸에 합체하는데,
그 지네형 소라바미는 몸의 마디마디 마다 자신이 먹어 치운 포트리스의 외벽을 실드로서 두르고 있었습니다.
포트리스를 잡아먹으면서 점차 거대해지는 괴물이었던거지요.
그리고 그 지네의 머리에 있는 포트리스의 격벽...거기 적혀 있던 것은 바로 바림이 6년 전 잃어버린 그 포트리스의 넘버였습니다.
그것을 발견한 시점에서 데이즈 종료! 본격적으로 미션으로 넘어가서 전투를 시작했는데요,
리벌쳐 전투의 멋짐에 대해서는 일일히 설명할 수가 없겠지요. 거대한 지네와 바림-올드 로즈의 알바트로스 제로가 뒤엉켜 싸우며 점차 아득히 높은 곳으로 향해 가고,
전투의 백미는 역시 바림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그 순간에 마스터는 앉아있을 수도 없었지요. 이런 장면에서 앉아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가진 마스터가 아닙니다.
기체의 실드가 한 장 남은 절체절명의 순간,
알바트로스 제로는 고도 11에 도달합니다.
고도 11, 바림에게는 있을 리 없는 천장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 속에서도, 지금을 지키기 위한 각오로 바림은 아래 방향에 있는 소라바미를 포격하고 그 포격의 반동으로 고도 12, 리벌쳐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고도까지 밀려 올라간 바림은
그곳에서 천장이 없는 하늘을 마주합니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고, 그 어두운 하늘로부터 쏟아질 것처럼 별빛이 비치는.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날아오른 바림은 파트너와 함께, 마침내 지네의 머리에 있는 자신의 옛 포트리스의 격벽을 파괴함으로써,
잃어버린 포트리스에 대한 지난 6년의 장례를 자신의 손으로 마칩니다.
전투가 끝나고, 바림과 올드 로즈는 그 상공에서의 고요함을 만끽합니다.
후련함을 느끼는 바림의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올드 로즈는 다 끝났으면 내려가자고 말합니다.
이런 세계가 되었어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니까. 포트리스를 잃은 것이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닐거라고.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희망이 남아있는 땅 위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지상으로 돌아오며 바림은 생각합니다. 그동안 자신은 꾸준히 6년 전의 생존자를 찾아 헤매고 있었고,
그 생존자는 고도 11의 상공에 있었다고.
마침내 그 고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동시에 바림은 그 때의 가해자가 아닌 '생존자'인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게, 마침내 발견한 생존자와 함께 바림은 다시 땅 위에 내려서니,
그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실로 희망이었습니다.
리벌쳐는 정말 과해요...과합니다...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플레이타임 세 시간만에 나오는지....너무 과합니다...이렇게 저는 기절하지 않으면 기절시켜드립니다 그러나 다들 기절해서 기절시킬 사람이 없는 세션을 또 한 번 하고 만 것입니다...당연히 마스터 포함으로...둘이 먹고 둘이 죽는 세션........어떻게 정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2인 세션의 좋은 점은 둘이서 함께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를 모험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벌쳐의 세계는 분명 가혹하고 바림과 올드 로즈의 고물상 라이프도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사건들이 쌓여가며 생의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정말 생님이 멋진 설정을 주셔서 그것을 바탕으로 핑퐁핑퐁 하다보니 알피지를 하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행복한 마스터예요...
함께해주신 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다들 리벌쳐 하세요~~~!!
+
"나의 피앙세, 포트리스의 올드 레이디께 시들지 않는 영광을"
"따라해봐, 이번 출격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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